2010년 5월 27일 목요일

색깔

박종국 시인의 <색깔은 말이다>라는 시를 읽다.

색깔 만드는 게 직업인 나는
먹고 사는 일도 색깔에 기댑니다.
나는 색깔을 만들고
색깔은 내가 사는 길 내어줍니다
만들 때마다 제 마음 들려줍니다
검정색 만들 때는
모든 파장 받아들이는 大德
어머니 마음 들려주고
흰색은 모든 파장 반사하는
어린아이 눈동자 같은 마음 들려주고
파랑은 꿈속 이야기
노랑은 나만의 행복한 마음
보라색은 고통을 견디는 방법 들려줍니다
색깔 만들 때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언을 듣습니다
내가 듣는 자연의 말입니다
색깔 속에는 내 생이 들어 있어
사람보다 사람같이 말하는
색깔들의 말을 듣습니다

시인은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시학 이론이 있어 왔지만 여기서 박종국 시인은 색깔마저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색깔에 둘려 싸인 세상, 그 색깔을 그래서 감지하지 못하며 사는데, 시인은 색깔들이 말하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나도 이제 색깔들의 말에 귀기울여 봐야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