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번역가 이종인 씨가 낸 <번역은 글쓰기다>라는 책에는 번역 실전을 위한 연습문제가 제시되어 있다. 스스로 번역해 보고, 저자가 번역한 글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번역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연습문제 1>의 앞 부분 두 단락을 번역해 보았다.
여기에 원문, 내 번역, 그리고 저자의 번역을 차례로 실어 본다.
The director of the Zoological Gardens had shown himself to be an upstart. He regarded his animals simply as stepping stones on the road of his own career. He was indifferent to the educational importance of his establishment.
The zoo was in a provincial town, and it was short of some of the most important animals, among them the elephant. Three thousand rabbits were a poor substitute for the noble giant. However, as our country developed, the gaps were being filled in a well-planned manner. On the occasion of the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on 22nd July, the zoo was notified that it had at long last been allocated an elephant. All the staff who were devoted to their work, rejoiced at the news. All the greater was their surprise when they learned that the director had sent a letter to Warsaw, renouncing the allocation and putting forward a plan for obtaining an elephant out of rubber, of the correct size, fill it with air and place it behind railings.
번역1)
동물원 원장은 언제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났다고 생각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단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는 동물원이 갖는 교육적 기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동물원은 조그마한 도시에 있었고 동물원의 대표적인 동물들, 예를 들어 코끼리가 없었다. 삼천 마리의 토끼로써는 그 고상한 거구의 동물을 대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라가 점점 발전하면서 낙후된 것들이 계획에 맞춰 개선되기 시작했다. 독립 기념일인 7월 22일을 기해서 동물원에 마침내 코끼리 한 마리가 배정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 자신들의 일에 열심이었던 모든 동물원 직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이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동물원 원장이 바르샤바에 편지를 써서 코끼리의 배당을 취소하고 좀 더 경제적인 방법으로 코끼리를 얻을 수 있다는 계획을 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원래 크기대로 고무를 재료로 코끼리를 만들어서 공기를 채워 울타리 뒤에 세워 놓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번역2)
그 동물원의 원장은 벼락 출세자다운 행동을 보였다. 그는 동물들을 자신의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겼을 뿐, 동물원의 교육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그 동물원은 지방 도시에 있었고 일부 중요한 동물들을 갖추어 놓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코끼리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토끼는 3천 마리가 있어봐야 이 고상한 거물을 당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부족한 동물들은 아주 잘 계획된 방식으로 보충되었다. 해방 기념일인 7월 22일에 맞추어 그 동물원에 통지가 내려왔는데 마침내 코끼리 한 마리가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던 직원들은 그 소식에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원장이 바르샤바에 편지를 보내어 그 배정을 취소토록 하고 보다 경제적인 방식으로 코끼리를 들여놓는 계획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서 직원들은 더욱 더 놀랐다.
딸 아이(만 13세)에게 두 번역을 비교해 보라고 하니 1)은 좀 딱딱하다고 직역한 느낌이고 2)이 좀 더 유연하고 잘 한 것 같다는 평이 나왔다. 제대로 평가를 한 셈이다. 물론 번역2)의 마지막 문장이 원문내용을 부분적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점을 빼면. 번역1)에선 upstart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점도 눈에 뜨인다. upstart는 '벼락 출세자'로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크게 성공한 경우를 말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상승욕구만을 채우려는, 좀 거만하고, 돼먹지 못한 사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원의 교육적 기능을 무시하고 동물을 자신이 출세하는 데 있어서 수단정도로 생각한다는 것. 따라서 번역2)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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