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 <아름다운 마무리>의 '바라보는 기쁨'이란 글에서 인간 관계를 아름답고 향기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신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렇다. 너무 가까이서 자주 마주치다 보면 비본질적인 요소들 때문에 그 사람의 본질(실체)을 놓치기 쉽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늘 한데 어울려 치대다 보면 범속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신선감을 지속할 수 있다. 걸핏하면 전화를 걸고 자주 함께 어울리게 되면 그리움과 아쉬움이 고일 틈이 없다.
습관적인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 바닥에서 스치고 지나감이나 다를 바 없다. 좋은 만남에는 향기로운 여운이 감돌아야 한다. 그 향기로운 여운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사람이 향기로운 여운을 지니려면 주어진 시간을 값없는 일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쉬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야 한다. 흙에 씨앗을 뿌려 채소를 가꾸듯 자신의 삶을 조심조심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만날 때마다 새로운 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더라도 만나면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삶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니고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을 경우, 매일 만나는 부부 관계는 어떻게 그리움과 아쉬움을 잃지 않고 그 신선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때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살 때, 그리고 그 삶을 계속해서 가꾸어갈 때, 상대방의 향기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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