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교수의 <한국인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는 한국의 문화적 현상을 한국에 뿌리를 두거나 뿌리를 내린 여러 종교의 영향에서 파악한다. 1권에서는 무교, 유교, 불교를 다루고 있는데 무교 부분에서 흥미로운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자주 지적하는 한국인의 무질서의식, 예를 들어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것, 혹은 술을 마시면 곤드레만드레가 될 정도로 마시는 습성 ("곤드레 만드레"라는 대중가요가 있을 정도로!), 이런 문화는 무교의 전통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민족의 '심성' 깊숙한 곳에 자유분방한 무질서 성향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면서 그것이 한국인의 원시적 종교인 무교에서도 관찰된다고 한다. 굿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형식을 갖춘 종교의식이라기 보다는 일상적 삶을 옮겨놓은 듯한 무질서의 향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질서의 절정은 "질서 이전의 세계로 회귀하려는 카오스적인 망아경"이라고 하면서 술에 취해 망아경에 이르는 술문화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밖에도 무교적 영향이 우리 문화속에서 발현되는 양상으로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나타나는 한국적 특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 건출물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 자연을 건축물 안으로 끌여드리는 양식, 무작위의 미를 자랑하는 조선의 막사발, 음악 분야에서는 시나위의 즉흥성에서 나타나는 부조화의 조화 (한국적 재즈라고), 산조음악의 즉흥적 변주 등등이 언급된다.
자기 문화에 대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 글로벌 시대에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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