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의 칼럼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초중고교는 이미 몰락한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기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을 하루빨리 학교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아이들을 살리는 최상의 방법이다. (...) 이미 인간은 손 안의 컴퓨터와 다름없는 휴대전화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과 접속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하루에 16시간이나 형틀에 묶어놓고 교과서적 지식을 단순하게 암기하는 학교는 이제 그만 폐기하고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은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독'(共讀)의 문화를 조성해 개인이 가진 차이를 최대한 키우는 것이다. '북 코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책 읽기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들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직업, 어떤 환경에서라도 살아남는 역량을 갖추게 하지 않으면 조만간 탈학교선언은 줄을 잇게 될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글이지만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공독'의 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힘들고, 반드시 학부모가 교사와 학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교사가 애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읽고 토론하고 (아니면 그냥 토론하고), 글쓰기가 왜 이렇게도 힘든 일인가?
얼마전에 본 프랑스 영화 "클래스"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유도해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이를 발전시켜 자신에 대해 글을 써보게 하는 것, 이런 일이 교사에게 그토록 어렵기만 한 일인가?
초등 고학년이 되어도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글쓰기 한 번 해보지 않고 지나가는 현실이 막막하다. 지식 위주의, 시험 위주의 수업 방식으로,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토론과 글쓰기를 방기하는 것, 정말 학교에 머무를 이유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지식은 책과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러니 학교라는 학습 공동체가 살아남으려면 그것이 토론의 장으로 활용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