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4일 일요일

미인과 아름다운 사람

"미인은 아니지만 아름다워요. 이 두 가지는 매우 달라요. 미인이란 얼굴에 아무런 결점이 없는 사람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은 얼굴에 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력이 유지되는 사람이죠."

(헨리 제임스, 아메리칸 -민음사)


이 소설의 주인공 뉴만은 젊은 나이에 직업적으로 성공한 미국인이다. 그는 어느 순간 돈 버는 일에 싫증이 나서 모든 걸 팽개치고 유럽으로 온다.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우연히 미술관에 들러 그림을 보다가 옛 친구 트리스트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아내를 알게 되는데, 이 부인은 그를 위해 여자를 중매해 주고 싶어 한다.

위에 인용한 대목은 이 상황에서 그녀가 소개하려는 여자에 대해 말하면서 미인과 아름다운 사람을 구분하고 있다.

'미인'(美人)과 '아름다운 사람'은 한자어와 순수 한국어로 사실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구분이 된다. 한국어에서 한자어가 유용하게 사용된 경우라고 할까?그렇다면 원서에서 영어로는 어떻게 구분이 되고 있을까?

"She is not a beauty, but she is beautiful, two very different things. A beauty has no faults in her face, the face of a beautiful woman may have faults that only deepen its charm."

영어에서는 a beauty와 being beautiful로 명사와 형용사 사용을 통해 구분하고 있다.

아무튼 '미인'이 되기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게 더 쉬울 것 같기도 한데, 왜냐하면 얼굴에 결점 없기는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결점이 있어도 매력이 유지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그 매력을 어디서 구할 것인지가 관건이니까.

"the face of a beautiful woman may have faults that only deepen its charm"라는 문장은

"아름다운 여인은 얼굴에 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력이 유지되는 사람이죠"로 번역되어 있다. 원문에 좀 더 가깝게 이렇게 번역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여인은 얼굴에 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점이 오히려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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