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관계된 사람이라면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있다. 이희재 씨의 <번역의 탄생>이다. 이 책은 숙독과 재독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어가 어떤 언어인지 다른 외국어와의 비교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비해 동적인 개성을 갖는다고 한다.
"원래 한국어는 특히 추상 명사가 주어나 목적어 자리에 오는 걸 꺼립니다. 전통 한국어는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 파괴를 낳는다.'라는 표현보다는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자연이 파괴된다.'라는 표현을 선호했습니다. '보호를 요청했다'라는 표현보다는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는 표현을 좋아했습니다."(위의 책 36-37쪽)
영어는 이에 비해 정적이어서 동사보다는 명사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He shouted triupmphantly."도 좋지만 실생활에서는 "He gave a shout of triumph."를 더 많이 쓴다고, 더 자연스럽다고 한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영어 번역이 시작된 이후 명사를 주어로 하는 번역투가 남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국어가 동사적 성격을 잃고 부자연스럽게 변화했고, 이제는 이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로 번역투에 우리가 익숙해졌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번역이 모국어 실력에 크게 좌우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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