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일 일요일

최고의 교사

EBS 방송팀이 만든 <최고의 교사>(2012 문학동네)를 읽었다.
방송을 보지는 못했고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방송 다큐멘타리는 "위축된 공교육의 현실 속에서 상처받은 교사들을 응원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교육이 사교육장으로 넘어가버린 현실에서 여전히 아이들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는 공교육의 교사들. 그들 중 몇 몇이 대표주자로 선정되었고,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교실에서 나름대로 계발한 교수법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 영, 수, 역사, 지리, 음악, 도덕, 통합논술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밀착 취재하여 그들의 생각과 열정, 그리고 수업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기대가 컸고 첫 주자인 국어교사 송승훈 선생님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선생님이 지도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러워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매 장마다 붙어 있는 교사의 공부 팁과 대학을 간 제자들의 스승 예찬의 글이 어딘지 불편했다. 그래서 이 책도 결국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해서 대학에 잘 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학습법에 관한 책이라는 인상이 짙어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기에 소개된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수업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수업하는 교사들이 많아지면 공교육도 살아나고 아이들도 입시 위주의 공부가 아닌 평생 살아나가는 데에 밑거름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싹튀울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교육 체제에서 과연 이들의 노력이 희귀한 사례에 그치지 않고 공교육 현장에 새로운 모델로서 바람을 일으키며 확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심기가 불편한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고, 또 다른 학습법 책일 뿐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있다. 출판사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책을 편집한 의도를 감지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이, 아니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고, 교사는 어떻게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이 보여준 건 확실하다. 교사의 자질로서 필요한 건 학생들에 대한 애정, 관심, 사랑이지만 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건 교수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교수법의 의미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스킬이 아니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어찌보면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표현된 소통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법에 대한 고민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없고 사랑의 표시만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마음 속에 아무리 큰 사랑이 들끓어도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하면 누가 그 사랑을 알 수 있을까.
교사의 사랑도 결국은 교수법을 통해 발현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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