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책은 도끼다

연일 '도끼'가 등장한다. 문정희 시인은 '문학'이 나의 삶을 깨우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고 이제 박웅현은 책이 도끼여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카프카의 세례를 받았다.

박웅현은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이지만 이 책을 통해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각인될 이름이다. 자신의 책 제목 대로 이 책은 내게 그야말로 '도끼'였다.

청중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독회'를 한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카피 라이터인 그가 창의력의 원천은 바로 책이라고, 그 중에서도 인문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의 독법을 소개한다.

모두 8강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그는 이철수, 김훈, 알랭 드 보통, 고은, 지중해 문학(여기엔 김화영, 까뮈, 니코스 카잔차키스, 릴케가 등장한다),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 그리고 법정 스님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읽고 있는 책, 읽었던 책 등을 불러 낸다. 그의 독법은 정말 도끼로 머리를 치듯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날 흡입했다. 마치 '영혼의 친구'를 만난듯 했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가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체험한 삶의 풍요로움이 그대로 내게 전염되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지향점, 풍성한 삶을 사는 방법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했다.

밤 늦게까지 불을 켜고 읽다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 다시 손에 넣어 정오가 다 되어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는 다독 콤플렉스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일상을 영원한 순간으로 체험하게 하고, 다양한 바람의 색깔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책들을 읽고, 천천히 여러번 읽으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하라고 한다.

그는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끝에서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얻는 나이가 된 것이다. 같은 연배의 나에게 그의 생각은 마치 내 생각인양 친근하다. 이렇게 책은 도끼가 되기도 하지만 든든한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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