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광화문 교보서점에서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를 집에 데려왔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들, 먼저 읽어내야 하는 책들 때문에 그녀의 책은 다른 책에 묻혀 실종되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났다. 그리고 조금은 한가한 주말, 시간을 내서 읽어보았다.
카프카의 말을 제목 속에 인용하는 그녀의 책은 내게 몇 번의 전율과 가슴뭉클함을 전달하면서 내 삶을 깨어나게 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도끼처럼 내 삶을 깨우는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미 그녀의 시를 몇 편 읽은 기억이 있다. 시집을 산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녀의 시를 접하게 되었는지 그 경로는 알 수 없지만 몇 편의 시만으로도 그녀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래서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테다.
이 책에는 그녀의 삶의 편린들이 모여 있다. 고독과 자유를 추구하며 세상을 떠도는 시인은 기억과 일상의 성찰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문학과 시가 그녀 삶의 전부이길 바라는 그녀는 스스로 원한 '왕따'의 삶을 살지만 그 삶을 간접 체험하는 독자는 그 삶이 부럽다. 위로가 되는 시를 쓸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다양한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독자의 눈을 더욱 맑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것이다.
책장 한 켠에 꽂아 두고 시집처럼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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