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4일 화요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반공주의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20년 동안 감옥에서 자신의 청춘과 중년 시기를 보내야했던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숙대에서 강의하다가 체포되고 사형을 선고받고, 무기징역을 살다가 감형되어 1988년에 출소하셨다.

신영복 씨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생겨난 건 그의 글 "청구회 추억"을 어느 수필집에서 읽고 나서였다. 숙대 교수 시절 서오릉으로 동료들과 소풍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가난한 아이들과 만나는 장면에서 그가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참 특별했다. 아이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고, 대화를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하는 그의 배려와 치밀함이 놀라웠다. 그의 접근 방식은 통했고 아이들과 그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만난다. 가난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 미래를 위한 작은 대책으로 애들이 자립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안도 생각해내고, 이들의 관계는 삶의 스승과 제자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스승은 잡혀가고 만남은 기약없어진다. 공안당국은 청구회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만났던 것까지 간첩조직으로 추궁하고 선생은 이 어이없는  죄목에 그저 말을 잃을 뿐이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20년의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선생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엽서를 수록해놓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동생, 형수와 계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염려와 충고가 있고, 감방 생활의 경험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성찰, 자기반성, 더나은 삶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작은 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깊은 사색을 통해 진실을 찾아내는 통찰력,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선생의 지적 힘이 놀랍고 투철한 성찰적 삶이 커다란 본보기가 된다.

'관계가 존재'라는 화두로 21세기의 삶이 공동체 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는 그의 사상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고독한 섬이 되어가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도 공동체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됨을 자각하고 더 나은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내 삶의 각성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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