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일 일요일

서울이 매력적인 이유

CNNgo.com 사이트에 "50 reasons why Seoul is the greatest city in the world"라는 기사가 떴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이 여러가지 이유로 '세계 최고'의 도시로 거론된 것이다.
그 이유들 몇 가지를 인용하자면,

- Springing from the ruins of the Korean War, Seoul has boomed in just 50 years to become the world's tenth most economically powerful city and second largest metropolitan area (약 50년 전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의 서울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 COEX: Asia's largest underground mall (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하 쇼핑몰)
- Incheon: Best airport in the world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
- galbi and kimbap (맛있는 음식)
- Drama queens(한류 열풍을 이끈 배우들)
- bright happy jjimjilbang(찜질방)
- world's smartest and cheapest personal assistants: excellent delivery system(무엇이든 배달 가능한 곳 -- 영리하고 싼 노동력)
- a 'bang'(room) for every occasion (온갖 흥미롭고 편리한 '방'들)
- world's most wired city (인터넷 연결이 가장 잘 되는 곳)
- excellence in flight (최고 서비스의 항공사)
- superb service: random freebies, no tipping (좋은 서비스에 팁은 안 내도 됨)
- beautiful women and beautiful men (아름다운 남녀)

서울의 변모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은 더 큰 매력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 것이다.

2011년 6월 24일 금요일

불안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박사가 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라는 책에서 저자는 무관심한 아빠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그 기저에 역시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엄마의 불안이 모성의 무한한 보살핌 본능에서 비롯된 거라면 아빠의 무관심은 불안한 주제를 다루고 싶지 않은 마음, 즉 불안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 불안의 본질은 '고집', '회피', '불신', 그리고 '경계심'이라고 진단한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고집,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경향, 따라서 쉽게 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불신의 마음과 경계심이 그것이다.

저자는 불안의 원인이 한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가부장 사회였고 40-50대의 아빠는 여전히 그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은 집안의 우두머리로 집안의 일을 책임져야 하고 따라서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안에 두려고 한다. 그만큼 집안이 어떻게 운영되느냐는 자신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낙관적으로 보려는 경향을 띤다. 무관심은 이러한 불안을 가장한 하나의 장치인 것이다.

이 책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경우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분석하고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있다. 3-15세 아이를 둔 부모의 필독서라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2011년 6월 23일 목요일

이슬람 정육점

한국 사회에서 낯선 얼굴의 이방인을 만나는 건 이제 어렵지 않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산업 연수원의 자격으로, 또는 국제 결혼을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된 이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뉴스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가 거론되기도 하고, 결혼 이주를 통한 다문화 가족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2010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된 손홍규의 <이슬람 정육점>은 이방인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을 엿보게 한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 땅에 눌러 앉아 살게 된 터어키인 하산은 소설의 주인공인 '나'를 입양한다. 이태원의 이슬람 성전 주위에 주거하며 정육점을 운영하는 하산은 "내가 알기로는 정육점에서 난도질하는 유일한 무슬림"이다. 소설은 화자인 "나"의 시점에서 회상의 형태를 띠고 과거를 기억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나'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이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중학교 때쯤 하산에게 입양되는데, 그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웃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얘기가 우울하고도 재미나게 전개된다. 역시 한국 전쟁에 참여하고 한국에 남아 살게 된 그리스인 야모스, 식당을 운영하는 가이아 여신을 닮은 안나 아주머니, 말더듬이 김유정, 등등.

소설은 삶의 주변부 인생들과 그들의 인간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래 한국 사회의 구성원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혈연 공동체인 한국 사회가 낯선 이방인들의 유입으로 더 이상 순혈주의를 외치는 것이 의미 없음을, 인간의 관계는 피보다 사랑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낯선 이방인에게 입양된 '나'는 소설 후반부에 가서 죽어가는 하산을 '아버지'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그의 "몸에는 의붓아버지의 피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소설은 "내 몸에는 의붓아버지의 피가 흐른다"로 시작된다)

혈연을 넘어서는, 사랑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보여준다고 할까.

2011년 6월 22일 수요일

진짜 공부

이창준의 <진짜 공부는 서른에 시작된다>를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Authentic Learning. '생존'을 넘어 '성장'을 부르는 내 인생 공부 혁명이다.

경영학 박사이며 리더십 개발 전문가인 저자가 직장인 대상으로 쓴 일종의 자기 계발서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한국의 교육문제에서 출발해 그것이 사회, 정치, 그리고 삶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그의 처방전은 한 마디로 오센틱 러닝(Authentic Learning)이다.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 취업을 위한 공부, 승진을 위한 공부, 성공을 위한 공부 등 외부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 '거짓 학습'이다. 이 '거짓 학습'의 주범은 우리 사회의 경쟁구조와 결과와 성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고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성장이 없는 삶은 생명력이 없다. 그래서 잘못된 학습을 강요받은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심리학, 경영학 등 다양한 이론의 틀을 빌려 명쾌하게 문제를 개념화하고 오센틱 러너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직장인 뿐 아니라, 학부모, 교육자,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단지 얻는 게 아니라 삶의 변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11년 4월 24일 일요일

사리다

김훈의 짧은 글 "밧줄의 아름다움"에서 '사리다'가 이미 알고 있던 의미와 다르게 사용된 경우를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리다'는 '몸을 사리다'로 쓰일 때 의미였는데 '밧줄을 사리다'라는 의미로 쓰였길래 사전을 찾아봤다. 동아 새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사리다 1) (국수나 새끼 따위를) 헝클어지지 않게 빙빙 둘러서 포개어 감다 2) (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감다. 3) (비어져 나온 못끝 따위를) 꼬부려 붙이다. 4) (겁먹은 짐승 따위가 꼬리를) 뒷다리 사이로 끼다. 5) (몸을) 아끼다. "몸을 ~ "6) 정신을 바짝 가다듬다 "마음을 사려 먹고 굴속으로 들어가다"

그러니까 '밧줄을 사라다'에서의 의미가 '사리다'의 첫째 의미였던 거다. 그런데 5의 의미만을 알고 있었으니... 내가 안다고 믿었던 단어의 의미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선원들은 밧줄을 소중히 다룬다. 밧줄이 엉키거나 꼬이지 않도록 늘 가지런히 사려놓는다."

김훈은 이 글에서 배의 선원들이 사용하는 밧줄, 암벽등반가의 자일, 소방관들이 서로를 엮는 호스와 같은 밧줄이 왜 아름다운지를 쓰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연결됨으로써, 인간은 개별적 존재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수행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밧줄의 아름다움이다."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언어와 사고

인간의 사고에 언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현대 언어학에서 많은 연구가 되어 왔다. 모국어가 모국어 사용자의 사고를 제한한다는 올프(Wholf)의 제안이 한동안 유력했지만 이 가설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이론도 나왔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현재, 과거, 미래를 나타내는 동사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올프의 이론대로 한다면 중국인은 현재, 과거, 미래에 대한 시간 관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따라서 모국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긴 해도 제한적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국어는 어떤 의미에서 그 모국어 사용자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게 경험적 사실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몰타인에게 아내가 몇 명이냐고 물으면, 그가 여러 명의 아내가 있더라도 현재로 답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현재로 답하기 위해서는 부인이 바로 그 자리에, 그 시각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 답은 그냥 과거로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타어에서는 이런 류의 질문에 있어서 구체적인 답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영어가 되지 않는 경우다. 영어에서는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써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각각의 언어가 갖는 특징이 되겠고, 이 언어의 특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언어학에서도 이 영향의 범위를 제대로 가늠하고 측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2011년 4월 10일 일요일

대자적 존재

세상의 모든 것은 '즉자적(卽自的) 존재'와 '대자적(對自的) 존재'로 나뉜다. 바위, 나무, 돌과 같이 생각 없이 그 자체로 머무는 것들은 즉자적 존재인 반면에, 생각하며 자신과 대면하는 존재인 인간은 대자적 존재이다.
인간은 대자적 존재임으로 해서 끊임없이 '실존'해야 한다. 인간의 본질은 이 실존 행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존(實存)'은 또한 끊임없는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선택은 당연히 인간을 본질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나의 선택이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실존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이 관계 역시 불안하다. 왜냐하면 상대방 역시 끊임없이 선택하며 자신의 실존적 삶을 사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는 불안하다.
사르트르는 '타자는 나의 지옥'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인간 관계는 내 실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간 관계에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녀 딸 아이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 지옥을 내가 경험한다. 하지만 그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란 걸 서서히 깨달아가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