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고에 언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현대 언어학에서 많은 연구가 되어 왔다. 모국어가 모국어 사용자의 사고를 제한한다는 올프(Wholf)의 제안이 한동안 유력했지만 이 가설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이론도 나왔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현재, 과거, 미래를 나타내는 동사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올프의 이론대로 한다면 중국인은 현재, 과거, 미래에 대한 시간 관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따라서 모국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긴 해도 제한적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국어는 어떤 의미에서 그 모국어 사용자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게 경험적 사실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몰타인에게 아내가 몇 명이냐고 물으면, 그가 여러 명의 아내가 있더라도 현재로 답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현재로 답하기 위해서는 부인이 바로 그 자리에, 그 시각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 그래서 답은 그냥 과거로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타어에서는 이런 류의 질문에 있어서 구체적인 답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영어가 되지 않는 경우다. 영어에서는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써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각각의 언어가 갖는 특징이 되겠고, 이 언어의 특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언어학에서도 이 영향의 범위를 제대로 가늠하고 측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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