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5일 일요일

네 가지

요즘 개콘에서 '네 가지' 코너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기 없고, 촌놈이고, 키 작고, 뚱뚱한 네 남자가 나와 자신의 '단점' 때문에 생기는 오해에 대한 불만과 해명을 늘어 놓고 있다.

퇴계 이황의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최영진의 <퇴계 이황>(살림 2007)에서 '사단 칠정'에 대해 읽었다. 퇴계가 자신보다 26살 어린 기대승과 8년에 걸쳐 토론을 하며 한국적 성리학의 기초를 닦게 된 유명한 '사단 칠정론'의 얘기다.

여기서 '사단'이란 맹자가 인간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에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제시한 것으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이렇게 나와 있다.

"인간은 누구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을 갖고 있다. (-)
지금 어떤 사람이 어린애가 막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았다면 누구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안타깝고 아픈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
이 사실로 말미암아 보건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고,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고,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측은지심은 인(仁)의 단서이고, 수오지심은 의(義)의 단서이고, 수오지심은 예(禮)의 단서이고, 시비지심은 지(智)의 단서이다. 인간이 사단(四端)(네 가지 단서)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이 사지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사단이 있는데 스스로 도덕적 행위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자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이며, 그 군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자는 군주를 해치는 자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이 네 가지, 사단을 갖고 태어난다는 얘기다. 사단이란 인의예지라는 본성이 발현된 정감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는 마음인 '측은지심',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의 불의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인 '수오지심',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인 '사양지심', 선악을 판단하는 마음인 '시비지심', 이렇게 네 가지다.

유교에서 인간의 마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천착을 한 이유는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사회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각 개인이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에 대해 배우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어떻게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이 네 가지에 대해 확실하게 가르치면 아이들은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물론 성인들도 자신 속에 내재한 이 네 가지 본성을 제대로 발현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수양해야 하는 게 더 필요한지도.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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