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의 개척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제주도 올레길을 찾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2. 11. 3-4일자 기사)
'2012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에 초대되어 한국을 방문한 그의 나이는 두 달 후면 75세.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걷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역시 걷기를 좋아하고 제주 올레길도 이미 2코스 걸었다. 시간만 허락하면 동네길 걷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울 도심 걷기, 산길 걷기, 그리고 언젠가는 한비야 씨처럼 한국의 곳곳을 한바퀴 걸어 보고 싶은 희망도 갖고 있다.
올리비에 씨가 처음 걷기를 시작한 건 은퇴 후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나서였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려 있던 그는 걷기를 시작했다. 산티에고를 걷고, 실크로드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걷고 있다. 다음 계획은 파리에서 이스탄불까지 6개월을 걸을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서 감동적인 것은 그가 '쇠이유(Seuil 문턱)'라는 협회를 만들어 비행소년들의 재활을 돕는다는 사실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온 아이들을 데리고 3개월 동안 2000km를 걷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들은 배낭 하나 짊어지고 3개월 동안 2000km를 걷는다. 하루에 보통 25km 정도 걷는다. 두 달 정도는 몹시 추운 날씨이거나 눈 속에서 걷는다. 첫 달 몇 주는 등이 아프거나 발이 아프다며 저항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걷기에 즐거움을 느낀다. 끝까지 걷고 나면 아이들은 늘 숙이고 다니던 고개를 똑바로 들기 시작한다. 스스로 해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자기 존엄성을 회복한다.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도 그들이 문턱을 넘는 데 힘을 실어 준다."
이 말을 들으며 마음이 찡해졌다. 공부에 치여, 성적에 밀려 자존감이 없는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머리를 스친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긴 걷기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걷기를 통해 마음과 몸이 치유되고, 온전히 자기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걷기를 통해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올리비에 씨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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