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진리와 방법

독일의 철학자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1900-2002)의 <진리와 방법>(독일어 제목 Wahrheit und Methode 문학동네 출판)이 국내 첫 완역되었다고 한다.(한겨레 신문 11월 7일자)

20세기 서구 지성사에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 이 책을 15년 동안 다섯 명의 번역자가 작업하여 이제 번역본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2000년에 1부가 이미 나왔고 이제 12년이 흐르고 2권이 나온 것이다. 1부는 이번에 개정판으로 보완되어 다시 나왔다고 한다.

가다머는 하이데거(1889-1976)의 제자로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자 '철학적 해석학'(philosophische Hermeneutik)의 창시자로 꼽힌다.  12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60살이 되어 펴낸 <진리와 방법>은 역사적 존재인 인간이 진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천착한다. 그는 플라톤에서 시작해 딜타이에 이르는 서구 근대 학문의 역사와 방법론을 근본적으로 성찰한다. 그의 비판과 성찰은 철학뿐 아니라 미학, 문학, 역사학, 신학, 법학, 사회학 등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다머에게 진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동적인 인간 경험의 역사성으로부터 나오는 이해의 산물이다. 때문에 가다머의 해석학은 방법론이 아니라 존재론이다. 후설과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역사적 문헌, 사건과 현재의 해석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점에 주목했고, 이를 '영향사'라고 일컬었다. 역사적 전통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선입견이 이해의 기초적인 조건이 되지만, 현재의 해석자 스스로도 역사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펼쳐지는 부단한 상호작용이 이해를 확장해간다고 본 것이다. 전통의 전승과 전통과 현재의 소통을 매개하는 '언어'는 가다머에게 특히 중요한 탐구 대상이었다."

독일문학을 공부하면서 이 책의 일부를 원서로 읽은 기억이 있다. 문학에서도 필독서로 추천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점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해가 쉽지 않았었다. 숲에 들어가 나무만 바라보고 숲을 보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책을 다시 훑어라도 보고 싶다. 그때 내가 무엇을 이해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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