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꽂혀서 나니카와 슌타로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샀다.
'이십억 광년'이란 수식어로 고독의 의미를 강렬하게 증폭시켜 놓아 아득하게 떨어질 것 같은 고독의 심연이 느껴졌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인간의 고독을 전지구적 고독으로 묘사하고 우주 속의 고독으로 끌어올린다.
고독 속에 별들은 서로를 알고 싶어 하고 서로를 끌어당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주는 점점 팽창해 가고 서로 간의 거리는, 고독은 더욱 커져간다.
마지막 줄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는 무슨 뜻인가?
그 어마어마한 고독을 생각할 때 갑작스럽게 나오는 생리적 반응으로서의 재채기.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반응. 그 무력감을 상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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