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제도의 한 섬인 핀타섬에서만 서식해온 코끼리거북 '외로운 조지'가 24일 죽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1835년 26세의 젊은 청년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왔고 그곳에 5주 동안 머물면서 연구를 위한 표본을 채집했다. 다윈은 이를 토대로 자신의 진화론을 탄생시킨다. 핀치새가 사는 섬마다 부리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발견하고 모든 생물이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거나 도태한다는 '적자생존'의 이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거북이 역시 사는 섬에 따라 특징이 조금씩 달라 11가지 아종(亞種)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 중 한 종이 코끼리거북이다. '외로운 조지'는 자신이 속한 아종의 마지막 한 마리였고 백살을 조금 넘겼다. '외로운 조지'는 종족 보존에 의욕을 보이지 않아 짝짓기를 해도 무정란만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외롭게 홀로 남아 살다가 죽었다.
'갈라파고스'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거북이'를 뜻한다고 한다. 이 이름은 1535년에 파나마 주교였던 토마스 드 베를랑가가 풍랑에 밀려 이 섬에 들어왔고, 온 섬을 뒤덮은 거북이를 기억하고 나중에 지도 제작에 이 섬을 그려넣을 때 이름을 '갈라파고스'로 붙였다고 한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서쪽 972km 태평양 상에 19개의 화산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외진 곳이어서 외부 사람들이 찾아가기 힘들었고 그 덕분에 희귀한 생물 종이 오랫동안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에 와서 선원과 어민들의 포획으로 수십만 마리에 달하던 거북이도 지금은 2만 마리 남짓 남아 있다고 한다.
'외로운 조지'가 종족 보존에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생물이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한다는 진화론에 이제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생존을 거부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 덧붙여져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더 이상 살 만하지 않을 때, 사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공부지옥에서 시달리다 더 이상 적응 못하고 삶을 던져버리는 아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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