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9일 수요일

주마간산

<중학생을 위한 고사성어 만점공부법>(박기복 지음)이란 책의 광고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주문했다. 아빠, 엄마, 딸, 아들 네명이 대화를 나누며 고사성어를 들먹이는 식으로 꾸며진 책이다. 여러 가지 주제(가족, 행복,  공부, 관계 등등) 아래 대화 상황을 설정해 놓고 얘기가 전개되고 대화 속에 적절한 고사성어가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책을 구입해 함께 잠자리에서 매일 한 챕터씩 읽고 있다.

한 번은 '바쁘다고 느껴질 때'라는 소제목 대화문을 읽는데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나왔다. '달리는 말을 타고 산천을 구경한다'는 말로,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대충대충 보고 지나간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란 걸 대충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이 말의 뜻을 재음미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게 지내느라 현재를 놓치고 산다. 꿈과 목표를 좇아서, 혹은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향해 좇아가느라, 진작 살아내야 할 지금, 현재는 놓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현재는 미래에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속도를 늦춰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은 볼거리도 흥미거리도 많다. 소소한 것들, 일상의 행위들,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구름이 예쁘게 피어난 하늘, 새롭게 움트는 싹과 피어나는 꽃,  아이들의 순진한 얼굴과 맑은 미소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 기쁨 속에서 생의 충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바쁜 삶이란 게 현대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그 옛날에도 사람들은 바쁘게 산 모양이다. 물론 오늘날처럼 자동차가 아니라 말을 타고 달렸겠지만.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긴 쉽지 않다. 그러니 자동차에서 내려 자전거로 옮겨 타자. 아니면 걷기도 괜찮다. 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 씨가 쓴 책  제목 <천천히가 좋아요>처럼 천천히 사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