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수필반에 등록을 하고 이제 몇 주가 지났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강의를 듣게 된 건 처음이다.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모여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아직 글을 써 가져와 읽고 서로의 평을 듣는 시간은 갖지 못했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보면 이런 저런 글감이 머리에 떠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여유를 부린다는 게 즐겁다.
문학을 좋아해서 공부도 했었지만 수필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특별히 쏟은 적은 없었다. 그러다 이제 수필반에 들어와 글쓰기도 해야 할 판이 되니 수필을 어떻게 쓰나, 궁금해진다. 수업 중에 이미 몇 편의 글을 읽긴 했다. 피천득의 <수필>, 도창희의 <설산유정>, 그리고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이 그것이다.
수필의 대가인 금아 피천득 선생은 수필을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설명한다.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로부터 시작해 "수필은 독백이다."까지 다양하게 정의를 내린다. 수필은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라는 말도 하고, 수필은 "온아 우미"하다고도 한다. 수필은 또한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라고도 한다.
수필은 어떻게 보면 쉽게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인듯 하지만 그것이 수필 문학이 되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장르다. 이전에는 수필을 좀 얕잡아본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나 시, 희곡에 비해 수필은 한 단계 낮은 문학이라는 말도 안 되는(지금 와서 깨달았다)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필의 세계 역시 다른 문학 장르만큼 아름답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염정임의 <우리집 책들의 결혼>을 읽으면서 고급 문학 장르로서의 수필을 발견한다. 유려하고 감각적으로 쓰인 짧은 글 속에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는 큰 문학적 감동을 준다. 작가의 다른 책 두 권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놓았다.
한동안 수필 애독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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