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책만 보는 바보





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책만 보는 바보>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다. 지은이 안소영은 수십 권의 책을 참고해서 이덕무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와 만났고, 그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가 그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책 속의 주인공을 금방 친구 삼듯, 이 문을 드나드는 어린이들이 옛사람들과 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가슴속에 새로운 상상과 사실로 문을 내 더 많은 역사 속 인물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이런 소망은 적어도 나의 경우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아마 이름 석자만, 그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한 인간과 아주 가깝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덕무는 서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궁핍한 삶을 살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그는 평생 책을 벗삼아 살았다. 궁핍한 삶 속에서 책은 그의 삶의 스승이었고, 벗이었고, 가끔은 먹여살리는 밥이기도 했다. <맹자>를 팔아 식솔의 굶주림을 달랬던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책을 팔아 술을 산 유득공과의 우정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덕무는 주위에 많은 벗들이 있었다. 사우 관계였던 박지원, 스승으로 모신 홍대용, 북학자였던 박제가, 무사였던 처남 백동수, 자신보다 어린 벗이었던, 하지만 깊이 있게 학문을 논할 수 있었던 이서구, 조선의 역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유득공이 그의 벗이었다. 저자의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들 한 명 한 명이 살아나도록 만든다. 역사 교과서에서 이름만 들어본 이들이 뼈와 살이 있는, 생각과 마음이 엿보이는 한 인간으로 살아났다.



이덕무의 삶을 통해, 그리고 그의 벗을 통해, 조선시대의 실상을 엿본다. 서자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 글만 읽는 양반들이 얼마나 일반 백성의 궁핍한 삶에 무관심했는지, 선비의 삶이 얼마나 제한된 것이었는지를 실감했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던 젊은 선비들은 그만큼 비판 의식이 강했고 사회개혁의 욕구가 컸다. 다행이도 조선의 뛰어난 왕 중 한 명인 정조는 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채용하지만, 이덕무도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정조 역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사회를 개혁하고자 한 왕과 젊은 학자들이 좀 더 오래 살아 국가의 기반을 다져놓았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다르게 흘렀을까.



이덕무의 초상을 찾을 수 없어, 그의 글씨를 올려놓았다. 검서관으로 일했던 그는 꼼꼼하고 섬세한 학자였다. 그의 글씨를 보며 그의 심성을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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