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작가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작가로 만들어지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을 읽고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성 차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페미니즘을 무장시켰다. 1934년에 출간된 <작가 수업>에서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는 작가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고 누구나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가들을 생각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저자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자신의 재능에 대해 회의하고 불안해하며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작가가 되는 비법이 있고 그 비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그녀가 제시하는 비법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그 이전에, 글을 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일단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다름 아닌 글쓰기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시간을 내서 글을 쓰라고 제안한다.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곧바로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에서 글을 써내려가고, 하루에 한 번 짧은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글을 쓰라고 한다. 이러한 글쓰기 훈련은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킨다. 그녀가 제안한 이 방법은 이 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특히 <작가 수업>을 “글쓰기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한 줄리아 캐머런은 자신의 책 <아티스트 웨이>(1992년 출간)에서 브랜디의 제안을 ‘모닝 페이지’ 기법으로 부활시켰다. ‘모닝 페이지’는 우리 속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하나의 도구이다.

매일매일 글쓰기 외에도 저자는 작가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 같은 감수성과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어른스러움과 분별력 갖기, 무의식과 의식 간의 균형 잡기, 영감을 주는 책과 친구 만들기, 자신의 취향과 장점 찾기, 단순하고 건강한 일상을 통해 글쓰기에 집중하기 등과 같이 일반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뿐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제시한다. 잘 쓴 글을 읽고 기술을 모방하는 법, 단어 배분과 문장 호흡, 그리고 작가로서 책읽기의 구체적 방법 등이 그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작가 되는 비법을 전수받고 그것을 실천하는 건 결국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몫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분’의 시간을 내는 건 쉽지 않다. 실천이 힘들고 변명이 앞선다면 우리는 진정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이 질문은 왜? 무엇 때문에 글을 쓰려하는가 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는가? 아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작가가 된다.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든 글을 쓰는 건 그러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 결국 글을 쓰는 것이고,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작가가 된다. 물론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작가는 일단 글을 쓰는 사람이고 평가는 그 다음의 일이다.

그렇다면 욕구를 표현하는 도구로써의 글쓰기를 통해 우린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

혹 우리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워지고 싶은 욕구, 나와 내 주위의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구. 그렇게 글쓰기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게 아닐까. 삶이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서의 글쓰기.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글쓰기는 공유의 수단이 된다. 브랜디는 작가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 모습 그대로 공통된 경험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 각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살아내는 삶을 다른 이들과의 공감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타인과 공유하는 글쓰기. 이 이유만으로도 ‘작가수업’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